[월희 SS] 지붕밑 다락방의 공주님 4부 공주님과 식객 4편


가볍게 한손으로 종이박스를 드는 알퀘이드.
“…….”
뭐랄까, 미인인 이 녀석이 저런 걸 들고 있으니 왠지 볼썽사나웠다.
“저기 미안한데, 양손으로 박스를 들어주면 안 될까?”
“이렇게?”
“응, 그렇게.”
하지만 양손으로 들었는데도 그녀에게서 볼썽사나운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됐어. 내가 그거 들게.”
남자인 내가 드는 게 아무래도 제3자가 보기에도 낫겠지.
“그래? 하지만 시키가 들기엔 좀 무거울 것 같은데?”
“음……. 일단 바닥에 내려놔줘.”
“응.”



지면에 내려놓았다기보다는 던져놓은 그건, 뭐랄까 엄청 중후한 소리를 내었다.





지붕 밑 다락방의 공주님 제4부
공주님과 식객 4화





“꽤, 꽤나……무거워 보이네.”
종이박스와 눈싸움을 시작하는 나.
자, 이제 어쩌지.
“어쩔 거야? 그냥 내가 들까?”
“아, 아냐. 일단 내가 들게.”
난 일단 내가 들고 있던 비닐봉지를 알퀘이드에게 건넸다.
그리고는 몸을 숙여, 종이박스 밑에 양손을 넣었다.
왠지 그것만으로도 이 종이박스의 엄청난 무게가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알퀘이드. 참고로 묻겠는데, 저 안에 당근이 몇 개나 들어 있는 거야?”
“음. 나도 잘 모르겠어. 야채가게 2, 3곳의 당근이란 당근은 다 쓸어온 거거든.”
“…….”
아무래도 최우선적으로 금전감각이라고 하는 것을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선배라도 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을 텐데…….”
“그래? 내 생각엔 한 달도 못 버틸 것 같은데.”
“으음.”
뭐 알퀘이드는 나보다 오랜 시간 선배와 알고 지내왔으니까, 아마 그녀의 말이 옳을 것이다.
“읏……샤.”
휘청 휘청거리면서도 겨우겨우 종이박스를 든 나.
“조, 좋아. 가자.”
“괜찮아? 무리할 필요 없잖아?”
“괜찮다니까.”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며 한걸음 두 걸음을 내딛었지만,
“하아, 하아…….”
하지만 100미터도 채 가지 못한 채 녹다운되고 말았다.
“시키. 너무 무리하지 마. 그냥 내가 들게, 응?”
“미, 미안…….”
“신경 쓰지 마.”
다시 종이박스를 든 알퀘이드.
내가 젖 먹던 힘을 쏟아도 얼마 옮기지 못한 걸 그녀가 가볍게 어깨에 짊어지는 걸 본 내 마음은 꽤나 울적했다.
“역시 난 못난 놈이야.”
아무리 알퀘이드에게 멋진 모습을 보이려고 해도 역시 힘쓰는 걸로는 그녀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시키는 시키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되잖아. 거기다 난 시엘 네가 어딘지 모르는 걸. 빨리 안내해줘.”
“그, 그랬지. 응. 그럼 으음……저쪽이야.”
“OK. 자, 가자.”
그 후 우리들은 아무 문제없이 시엘 선배 네에 도착했다.
물론 아무 문제도 없는 편이 좋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그래도 요즘 들어 꽤나 파란만장한 일들이 많이 벌어졌던 탓에 좀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십중팔구 이제부터 골치 아픈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선배와 알퀘이드가 마주쳐서 조용히 지나간 적이 없으니까.





“여기가 선배가 사는 아파트야.”
“흐음. 역시 낡은……읍.”
난 허둥지둥 알퀘이드의 입을 막았다.
“바, 바보. 그런 소리하면 어쩌자는 거야.”
“……푸하. 무,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너 말이야. 좀 더 때와 장소를 가려서 말을 하라고.”
“그런 거 신경 쓰기 귀찮아…….”
알퀘이드는 삐진 듯이 볼을 부풀렸다.
“그리고, 이 아파트, 딱히 낡아보이진 않잖아?”
오히려 고급 축에 들어간다고 해도 될 정도다.
즉 토오노 저택과 알퀘이드의 맨션 쪽이 비정상적일만큼 고급인 것이다.
“으음~.”
고개를 갸웃하는 알퀘이드.
“뭐 됐어. 빨리 들어가자.”
“……너무 서둘지 마. 일에는 순서란 게 있으니까.”
난 현관에 달린 인터폰을 눌렀다.

딩동

“……어라?”
초인종이 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왜 그래? 시키.”
“선배, 안에 없는 가 본데…….”
일단 문의 손잡이를 돌려 보았다.
그러자 간단히 문이 열려버렸다.
“우와, 열려 있어.”
“문이 열려 있는 걸 보면 안에 있는 거겠지?”
“어, 어이.”
알퀘이드는 성큼성큼 구두를 신은 채로 안에 들어가려고 했다.
“구두는 현관에다 벗어두는 거야.”
“응? 아, 맞다.”
휙휙 구두를 벗어 던져버리는 알퀘이드.
“……정말.”
난 그걸 정리해 둔 후 그녀의 뒤를 쫓았다.





“진짜 없나 보네…….”
“그래.”
거실과 부엌, 화장실에 침실까지 뒤져보았지만 선배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거, 일단 어디에다 내려둘까?”
박스를 가볍게 들어 보이는 알퀘이드.
“부엌 구석에 두면 되지 않을까나.”
“응.”
“아, 가볍게 내려놔. 또 좀 전처럼 큰 소리 나면 안 되니까.”
“라져~.”
살며시 박스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참, 이것도 냉장고 안에 넣어 둬야지.”
젤리가 든 봉투를 냉장고 안에 넣었다.
냉장고 안은 거의 텅 비어 있었다.
“시장 보러 간 걸까?”
“글쎄……어쩌면 급한 일이 들어와서 나간 건지도 몰라.”
“응? 그럼 여기까지 온 이유가 없잖아.”
“어쩔 수 없지. 무턱대고 찾아온 우리가 잘못한 거니까.”
사전에 연락을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만, 반대로 부비트랩이 깔려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음. 그럼 일단 난 자료를 찾아볼게. 어딘가에 숨겨 놓았을 거야.”
그리 말하며 책장 등을 마구 뒤지기 시작하는 알퀘이드.
“이, 이봐. 멋대로 그런 짓 하면 안 돼.”
거기다 알퀘이드는 책장에서 뽑은 책을 바닥에다 아무렇게나 던져두었기에 난 허둥지둥 그 책들을 제 위치에다 되돌려 놓았다.
“장롱 안이 수상한 걸. 아, 시엘 이런 속옷 입는 구나.”
“호오, 어디어디.”
“……시키, 왜 속옷이라는 말에 반응을 보이는 거야.”
“우, 아니, 그게 그러니까.”
허둥지둥 시선을 피했다.
“흥이다. 시엘 따위 나보다 가슴도 작고 허리도 두껍잖아. 거기다 엉덩이만 딥따 크구.”
흥 하고 코웃음 치는 알퀘이드.
선배는 지금 이 순간 어딘가에서 재채기를 했을 지도 모른다.
“딱히 선배 쓰리사이즈를 재본 건 아니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거야?”
“전투 중에 시엘의 가슴을 양손으로 잡아 본 적 있거든.”
난 놀란 나머지 딸꾹질이 날 뻔 했다.
“야, 얌마.”
“고의로 그런 건 아니없다구. 뭐, 그 때 그 감촉이 정확하다면 겨우 85가 될까 말까 일거야.”
“……85.”
숫자로 말하면 확 와 닿지는 않지만 적어도 아키하와는 하늘과 땅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 같았다.
“참고로 넌?”
“응? 난 88.”
“파, 팔십팔.”
그렇게 차이 안 나잖아 라고 말하려다가 관뒀다.
아마 그 3센티미터의 차가 여성에게는 사활이 걸린 문제일 테니까.
“그래……너 88이었구나.”
난 무심코 뚫어져라 알퀘이드의 가슴을 쳐다보았다.
“자, 잠깐 시키.”
부끄러운지 알퀘이드의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아, 아니, 무심코, 그러니까.”
연인 사이라고 해도 역시 거리낌 없이 가슴을 쳐다보는 건 좀 그랬나 보다.
“…….”
“…….”
왠지 그녀와 나 사이의 분위기가 거북해진 것 같았다.
“아, 아 참. 벽장 안이 수상하지 않아? 왠지 뭔가 안에 있을 것 같은데.”
그런 거북한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난 벽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벽장?”
“응.”
물론 그 말에는 어느 정도의 근거가 있었다.
전에 무심코 저 벽장을 열려고 했더니 선배가 엄청 당황하며 말린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 후 난 저 벽장 안이 계속 신경 쓰였었다.
“그럼 열어 볼까…….”
알퀘이드의 손에 의해 스르륵 하는 소리를 내며 열리는 벽장.
“아.”
“응? 안에 뭐 있어?”
“응. 이건 상당한 수확이야.”
“어디어디……이건.”
난 그 벽장 안에 든 물건을 보고 놀랐다.
거기에는 선배가 쓰는 수많은 무기들이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사람 크기의 파일벙커.
선배가 진심모드가 되어서 이 무기를 쓰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긴 처음이었다.
“제칠성전이야. 성전(聖典)이자 무기(武器). 교회가 지닌 비장의 카드 중 하나지.”
“왠지 엄청난 무기 같은데…….”
“흥미 있어? 그럼 이야기라도 나눠볼래?”
“이야기?”
누구와 이야기하라는 거지.
“응. 자, 빨리 나와.”
탕탕 하고 제칠성전을 두드리는 알퀘이드.
“어, 우, 우왓?”



“……뭐!?”
그러자 갑자기 눈앞에 여자아이가 나타난 것이다.







<지붕 위 다락방의 공주님>
작가 : 홍몽(紅夢)
번역 : 라그나
-위 글은 원작자 분께 허락을 얻은 번역물이며 번역물이 원작자님의 감수를 거치지 않았음을 이 자리에 밝힙니다.
그리고 원작자님의 요청에 의해 무단전제를 금하오니 양해 바랍니다.-





시엘의 아파트에 난입한 시키와 공주님!

그리고 그 둘이 발견한건 주인 잘못 만나 죽어라 고생하고 있는 양손 양발에 발굽(?)달린 소녀!

......죄송합니다. 내용이 어떤 식으로 굴러갈지 상상하는 것도 무립니다ㅠㅜ.





by 라그나 | 2008/07/23 19:25 | 월희SS-다락방의 공주님-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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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행인 at 2008/07/23 22:13
아! 나왔다. 세븐.......(...)
Commented by 燦煥術師 at 2008/07/24 07:46
세븐의 등장이군요..
왠지 시키를 죽이고 싶었던 한 편이였습니다 (어이)
Commented by 헤르시온 at 2008/07/24 20:32
세븐을 위해 당근을 조달한 공주님!
Commented by 데스군 at 2008/07/24 23:21
세븐.. 등장!
Commented by sas at 2008/07/26 22:29
드디어나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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