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희 SS] 지붕밑 다락방의 공주님 4부 공주님과 식객 3편


언제부터인가 알퀘이드가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왜 그래?”
“시키. 우리들, 지금 디저트를 사러 가는 게 아니라 시엘 네에 놀러 가는 거거든?”
“아.”
“윽.”
“…….”

아무래도 본말전도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 같다.





지붕 밑 다락방의 공주님 제4부
공주님과 식객 3화





“그, 그래요~. 그게 메인이고 디저트는 메인이 아니었죠~.”
쓴웃음을 짓는 코하쿠씨.
나도 어느새 선배 네에 놀러간다는 사실을 싸악 잊은 채 젤리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이런.
“디저트는 어디까지나 주인공을 빛나게 만들기 위한 엑스트라 같은 거니까 너무 잘나도 문제지, 암.”
자기가 말하면서도 무슨 소리인지 잘 이해가 안 되는 소리를 해버렸다.
“하지만 디저트가 메인인 가게는 꽤 많지 않나요?”
그리고 날아온 코하쿠씨의 전광석화 같은 딴죽.
“그, 그건 그러니까…….”
“이제 디저트이야기는 됐어. 살 거라면 빨리 사서, 시엘 네에 가자.”
이야기가 삼천포로 흐른 탓에 알퀘이드는 꽤나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아, 알았어. 그럼 갔다 올게.”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서는 나.
“시키님,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응.”
“알퀘이드 씨는 이쪽이에요~.”
가장 커다란 창문을 여는 코하쿠씨.
“시키, 그럼 일단 언제나 만나던 거기서 기다릴게. 젤리 사서 빨리 와.”
“아, 응.”
알퀘이드는 휙 하고 창문을 통해 밖으로 뛰어내렸다.
“방송이라면 ‘착한 아이인 여러분은 흉내 내면 안돼요~’ 라는 문구를 넣고 싶은 상황이네요.”
무사히 착지한 알퀘이드를 보며 그리 말하는 코하쿠씨.
“동감이야.”
내가 저런 짓을 하면 아마 타박상 정도로는 끝나지 않겠지.
이 창문을 통해 저택에 출입이 가능한 건 알퀘이드뿐일 것이다.
“시키님, 여성을 기다리게 하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빨리 저택을 나서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만.”
“아, 그랬지, 참.”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난 아주 평범하게 방문을 통해 방을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어머, 오라버니.”
하지만, 현관에서 아키하와 마주치고 말았다.
왜 하필이면 이런 때에 마주치다니.
“여, 여어 아키하.”
하지만 그녀를 무시하고 지나칠 수도 없기에 일단 난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외출하시는 건가요?”
“으, 응, 그래. 아키하는 어디 갔다 오는 길이야?”
“예, 하찮은 일 때문에 외출했다 방금 돌아온 참이에요.”
그리 말하며 등 뒤의 리무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아키하.
즉 토오노 그룹에 관련된 일 때문이라는 말이다.
당주라는 직책도 편한 건 아니구나.
“고생이 많구나.”
언제나 이런 말 밖에 해주지 못하는 자신이 한탄스러웠다.
토오노 가에 있어서 난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식객이나 마찬가지다.
“예. 하지만 오늘 일은 이미 끝났어요.”
“그래. 그럼 푹 쉬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오빠로서 격려의 말을 그녀에게 건네는 것뿐이다.
“예. 오라버니도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응.”
아키하 옆을 지나친 난 문을 열었다.
“그런데 오라버니께서는 지금 어딜 가시는 거지요?”
“윽.”
젠장, 그녀가 묻기 전에 말할 생각이었는데 깜빡했다.
“아, 그, 그게, 시엘 선배 네에 가볼까 해서.”
“선배 네에?”
“응. 몇 가지 물어볼게 있거든. 공부 관련으로.”
내 말을 들은 아키하는 잠시 동안 표정을 찡그렸지만 다른 말없이 ‘가능한 한 빨리 돌아오세요’라고만 말했다.
“으, 응.”
도망치듯이 그 장소를 벗어나는 나.
“……아, 맞다.”
하지만 문뜩 생각한 것 때문에 다시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아키하. 돌아오는 길에 맛있는 젤리를 사올 테니까 기대하고 있어. 좀 전에 코하쿠씨한테서 맛있는 가게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아키하도 여자인 만큼 디저트를 싫어하진 않을 것이다.
“그, 그래요. 그럼 기대하고 있을 게요.”
그리 말한 아키하의 얼굴은 내 착각인지도 모르지만 기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좀 늦었네…….”
난 그 유명한 젤리를 사람 수에 맞게 산 후, 공원을 향했다.
코하쿠씨가 절찬한 그 가게는 젤리를 사러 온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처음에는 사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했지만, 점원들이 노련한 덕분에 예상보다는 빨리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알퀘이드는 조금만 약속시간에 늦어도 화를 냈었지, 아마.
자기는 밥 먹듯이 늦으면서.
“하아……하아.”
오른손과 왼손에 봉투가 하나씩.
선배에게 선물로 건넬 젤리와 집에 가지고 돌아갈 젤리를 따로 포장했다.
이거라면 포장을 두 번 풀 일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온에 보존했다간 상할 수도 있다고 하니 일단 선배 네의 냉장고에라도 좀 넣어두어야 할 것이다.
“어라?”
그런 생각을 하며 달려온 끝에 난 공원에 도착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알퀘이드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직 안온 걸까…….”
그럴 리 없는데.
“시—키—.”
“우왓!”
그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돌아보니 그곳에는 알퀘이드가 있었다.
“너, 어딜 갔다 오는 거야?”
“에헤헤~. 나도 따로 선물을 준비했어.”
아무래도 이 녀석도 어딘가에 들렀다가 온 것 같다.
“선물?”
“응. 시엘이라면 껌뻑 넘어가게 만들 수 있는 최종병기라고 할까나?”
방긋 웃는 알퀘이드.
“……무슨 소리야, 대체?”
“그러니까, 시키가 사온거하고 내가 준비한 저걸로, 시엘을 완벽하게 함락시킬 수 있을 거란 말이야.”
“저거라니……뭘 말하는 거야?”
“저기 있는 저거.”
알퀘이드는 공원 입구에 있는 ‘그것’을 가리켰다.
“다……당근?”
“응, 당근.”
거기에는 당근이 한가득 들어 있는 종이박스가 있었다.
“카레에라도 넣어 먹으란 거야?”
“그것도 있지만. 아마 현재 시엘에게 가장 필요한 걸 거야.”
“그래…….”
선배는 실은 카레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는 당근을 좋아하는 걸까나.
“전에 들은 이야긴데. 유지비가 장난 아니게 든대. 생각해봐, 시엘은 평소에도 엄청 가난해 보이잖아?”
“으음.”
난 선배보다 더 가난하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지만, 확실히 선배도 꽤나 알뜰살뜰하게 생활하고 있는 것 같았다.
거의 같은 나이에 일과 학교를 양립, 거기다 자취까지 하고 있는 시엘 선배는 정말 대단하다고 평소에도 생각해왔다.
“뭐, 선배가 좋아한다면 별 상관없겠지.”
유지비니 뭐니 하는 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 건강 유지를 말하는 것이리라.
역시 인간은 몸이 재산이니까.
“응. 그럼 가자.”
알퀘이드는 그리 말하며 팔짱을 끼었다.
“이, 이봐, 무슨 짓이야.”
“응~? 애인다워 보여서 좋잖아?”
“바보. 이제부터 시엘 선배 네에 가는 것 잊었어?”
알퀘이드와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을 선배가 본다면 ‘토오노 군에게서 떨어지세요!’라고 외치며 흑건을 던질지도 모른다.
“쳇, 시키 너무해.”
삐친 듯한 표정을 짓는 알퀘이드.
“때와 장소를 가리란 소리야. 자, 빨리 종이박스를 들어.”
“알았어.”
가볍게 한손으로 종이박스를 드는 알퀘이드.
“…….”
뭐랄까, 미인인 이 녀석이 저런 걸 들고 있으니 왠지 볼썽사나웠다.
“저기 미안한데, 양손으로 박스를 들어주면 안 될까?”
“이렇게?”
“응, 그렇게.”
하지만 양손으로 들었는데도 그녀에게서 볼썽사나운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됐어. 내가 그거 들게.”
남자인 내가 드는 게 아무래도 제3자가 보기에도 낫겠지.
“그래? 하지만 시키가 들기엔 좀 무거울 것 같은데?”
“음……. 일단 바닥에 내려놔줘.”
“응.”



지면에 내려놓았다기보다는 던져놓은 그건, 뭐랄까 엄청 중후한 소리를 내었다.







<지붕 위 다락방의 공주님>
작가 : 홍몽(紅夢)
번역 : 라그나
-위 글은 원작자 분께 허락을 얻은 번역물이며 번역물이 원작자님의 감수를 거치지 않았음을 이자리에 밝힙니다.
그리고 원작자님의 요청에 의해 무단전제를 금하오니 양해 바랍니다.-





방학 특별 시리즈로 작년 이맘 때 연중한 ‘지붕 위 다락방의 공주님’ 4부를 재 연재 시작합니다.

......아, 아니 제가 워낙 바쁘게 살다보니 여기까지 손을 댈 수가 없었습니다. 알바에, 대학에, ‘O와 O녀와 O환O법’ 번역에, 통역 알바에, 연극집필에, 어머니께서 아프시기 까지......

지금은 조금 숨통이 트였고, 번역 공부도 겸해, 다시 심기일전해서 다시 월희SS 번역을 시작한 겁니다.

상당히 부정기 연재가 될 것 같습니다만 못해도 일주일에 1,2편 이상은 꼬박꼬박 올릴 예정입니다.

그럼 보시는 분들께도 즐거운 시간되시길 빌겠습니다.(꾸벅)
by 라그나 | 2008/07/22 00:08 | 월희SS-다락방의 공주님- | 트랙백 | 덧글(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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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슬견 at 2008/07/21 21:12
오랜만에 보는군요 +_+
Commented by 라그나 at 2008/07/21 21:19
그렇죠? 기다리신 분들께 너무 죄송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취미생활 번역보단 먹고 사는게 중요해서ㅠㅜ.
Commented by 말하는당근 at 2008/07/21 21:37
거야 당연히 먹고 사는 게 중요하죠. 아직 번역 그만두시지 않았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사실 좀 기다리고 있었어요.
Commented by 라그나 at 2008/07/21 21:42
번역이 취미생활에서 밥줄로 변해 있었죠. 지금은 방학&마감종료 직후라 여유가 좀 있습니다만 또 마감이 다가오면 연중 들어갈 확률이 상당합니다ㅠㅜ.
Commented by 인생쇼킹 at 2008/07/21 22:38
우왓 일주일에 1~2편이라니 따라갈 수 없는 빛의 속도다!
그리고 귀환 환영 다락방의 공주님 시리즈
Commented by 아피세이아 at 2008/07/22 01:52
왠지 굉장히 오랜만입니다.. 덕분에 어디까지 봤는지도 잊어버렸습니다.
Commented by 한가한놈 at 2008/07/22 04:27
우와아, 정말 오랜만이어서 왜 카레바보 집에 가는거지?
라고 생각해버렸어요.
─토모요가 좀 모에하지, 나도 좋아해. by 한가한놈
Commented by 머엉ver2 at 2008/07/22 10:43
이거 무지 간만에..
Commented by 행인 at 2008/07/22 18:51
우오오오오오오!! <-- 의미 불명...
Commented by 데스군 at 2008/07/22 18:52
뭐. 가끔씩 이렇게 취미로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가요
Commented by 닥스 at 2008/07/22 19:40
언제적이죠 비비적비비적
그나저나 세븐... 밥순이구나.
Commented by 燦煥術師 at 2008/07/24 07:41
상당히 오랜만이라지만...시에루의 집에 놀러가자..라는 내용이였나...까먹었다 (먼산)
잘 보고 갑니다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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